Categories: Diary

헤어짐.

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.

 

그래, 그 믿을 수 없을 정도의 감정의 양과

너무나도 신기할 정도로 많이 보여주신 표적들.

주저함 없이 한국에 방문할 정도로 컸던 마음,

그게 가능할 정도로 맞아떨어졌던 상황들.

한국에서도, 그 수많은 일들 사이에서도

서로를 만나, 손을 잡고,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던

그 일들이 기적이 아니라면 대체 무얼 기적이라 부를 수 있을까.

10년만에 연락이 닿아

서로의 끌림을 확인하고,

지구 반대편에서도 연락을 이어가며

우리는 괜찮을거야 마음을 나누며

관계를 이뤄갔던 시간들.

그 시간들은 씨앗이 되어

땅에 떨어져, 싹이 채 나기도 전에 짓밟히고 말았다.

너무나 밉다.

혼자의 마음이 가장 중요했던 그 아이는

“우리의 관계”가 아닌 “자신의 마음”만을 좇았고,

연인 관계에서 반드시 발생하는 어려움을 함께 마주하는 게,

그 어려움을 함께 이겨내려는 시도를 하는 게, 도저히 불가능해 보였나 보다.

혼자서 불가능하리라 결론짓고,

혼자서 마음을 정리하고,

헤어짐을 통보하고, 도망쳤다.

결국, 그 마음엔 내가 없었던거다.

너는 나를 알려고 하지 않았고, 생겨나는 불편함을 똑바로 보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.

그 불편함을 나와 소통하려는 일말의 시도조차 하지 않았어.

네가 좋아했던 건 내가 아니라

그저 나와 비슷한, 네가 판단한 무언가일거야.

네가 나에게 미안했으면 좋겠어.

그리 단편적인 너의 시선으로, 고작 그정도 마음으로 만남을 시작하자고 한 네가 미워.

네가 힘들었으면 좋겠어.

물론, 나는 너를 용서해. 이리도 어린 널 용서하는게 뭐가 어렵겠어.

하지만 너는 너를 용서함에 어려움이 있길 바래.

이 씨앗을 짓밟은 너의 앞길에

네가 저지른 일을 괴로워 할만한 지혜가 있기를.

이 일을 아파하고, 돌이켜 후회할만한 마음의 여유가, 평안이 생기기를.

이런 못된 생각을 하는 내 마음에 회개가 있기를.

낙심하지 않기를. ∎

 

kluelee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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